[4회] 새 지질시대의 개막, 인류세 : 칼세이건 회의

By 2018년 3월 22일MANUSCRIPT

인류세: 인간이 바꾼 지구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방송이 2030년의 미래를 기준으로 교과서를 쓰는 SF 방송이잖아요? 그래서 조금은 미래적인 이야기를 다뤄 보겠습니다. 물론 저는 주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니, 몇 가지 역사적 사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나그네비둘기

 

첫 번째 사례는, ‘나그네비둘기’라는 비둘기 이야기입니다. 미래 이야기를 한다면서 갑자기 비둘기 이야기를 꺼내니까 좀 의아하실텐데, 일단 계속하겠습니다. 때는 18세기입니다. 18세기면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에 정착해서 한창 살고 있을 때죠. 이때쯤이면 좀 부유한 계층들도 신대륙에 건너가기 시작하고, 유럽인들이 신대륙의 생태나 환경을 조금씩 파악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때, 신대륙, 특히 지금의 미국 동부 지역에는 ‘나그네비둘기’라는 비둘기가 정말 대규모로 있었다고 해요. 제가 ‘대규모’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냥 ‘대규모’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규모였습니다. 18세기 북미 전역에 약 50억 마리 정도가 살았다고 추정이 되니까요. 이때쯤엔 사람의 인구수가 전 세계에서 10억 명 정도가 있었을 때에요. 북미에 있는 비둘기가, 전 세계에 있는 사람보다 다섯 배 많았다는 겁니다.

 

1866년에는, 캐나다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나그네 비둘기 무리가 관측되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하늘을 지켜보는데, 나그네비둘기 무리가 가로로 1마일, 그러니까 1.6km정도, 세로로 300마일, 그러니까 420km정도를 이루고 날아갔다고도 해요. 한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봤을 때, 이 무리가 시야에서 나타났다가 다 지나가고 사라지기까지 14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뭐 심지어는 1조 마리가 있었다는 추정까지 있어요. 전 지구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진 새였죠.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19세기쯤 넘어가니까, 사람들이 이 나그네비둘기를 엄청나게 사냥하기 시작한 거에요. 첫 번째 목적이, 식용이었죠. 이게 그냥 많으니까 총 몇 번만 쏘면 그냥 다 잡을 수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잡기가 쉬웠는데, 맛도 꽤 괜찮았다고 해요. 그래서 뭐 부자들이 먹는 음식은 아니었고, 주로 노예나 빈민층이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뭐 이 과정에서도 당연히, 돈 좀 벌 줄 아는 사람들은 지천에 널린 나그네비둘기를 잡아서 가공해서, 빈민층에게 싼 가격으로 팔기도 하고 그랬죠.

 

또 이 고기를 이용해서 다른 동물들에게 사료로 주기도 했구요, 깃털을 이용해서 옷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나그네비둘기를 사냥한 또 다른 목적은 스포츠였어요. 미국에서 원래 부자였던 사람, 거기다가 금광을 발견한다던가, 투기를 한다던가 해서 돈을 번 신흥 부자들이 가장 즐기던 스포츠가 바로 사냥이었습니다. 특히 잡기 쉬운 나그네비둘기를 많이 잡은 거죠.

 

그리고 요즘 올림픽에도 있는데, ‘클레이 사격’이라는 스포츠가 있죠. 진흙으로 빚은 접시를 던져서 이걸 총으로 맞추는 스포츠에요. 그런데 이 클레이 사격에서 진흙으로 빚은 접시를 ‘피전’이라고 합니다. Pigeon, 영어로 ‘비둘기’라는 뜻의 단어죠. 실제로 이 당시 미국에서 비둘기를 날려보내면 그걸 총으로 잡는 스포츠가 유행했습니다. 실제 올림픽에서도 2회 올림픽까지는 이 사격을 진흙 접시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비둘기를 가지고 했어요.

 

이런 스포츠가 대규모로 유행을 한 거구요, 그 유행의 희생양이 바로 나그네비둘기였죠. 나그네비둘기만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사냥꾼도 많았구요,

 

나그네비둘기는 결국 19세기 말에 들어가면 대규모로 감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니, 나그네비둘기가 이렇게 많은데 설마 멸종하기야 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죠. 1890년에 들어가면, 거의 야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이 됩니다. 뭐 그때 가서 법적으로 보호를 한다던가 하는 움직임은 있었죠, 하지만 나그네비둘기는 일단 무리가 작으면 잘 번식을 못 하구요, 알도 한 번에 한개? 정도만 낳아서 회복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거기다 숲이 많이 사라지면서 나그네비둘기가 살 곳도 없었구요. 그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그네비둘기 사냥을 멈추지 않았구요.

 

결국 1906년에 야생에서는 나그네비둘기가 절멸했습니다. 동물원에 몇 마리가 남아 있었는데, 그것도 1914년에 마지막 한 마리가 죽으면서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죠. 한때 최소 50억마리에서 1조 마리까지 있었다고 하는 거대한 개체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한 겁니다.

 

#2. 낙타

 

비둘기 이야기는 여기까지 놔 두고, 다음 이야기를 해 봅시다. 전 세계에서 야생 낙타가 가장 많은 나라가 어디일까요? 아프리카, 중동, 인도, 여러 곳을 상상하실텐데, 의외로 호주입니다.

 

원래 호주에는 낙타가 자생하지 않았어요. 그러데 19-20세기정도에 서양인들이 호주에 들어가 있었잖아요? 이 사람들이 낙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호주 가운데에는 거대한 사막이 있잖아요? 그런데 뭐 그때는 변변한 도로나, 교통수단이나, 이런 게 없었기때문에 교통에 좀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유럽인들이 중동이나 인도를 통해서 호주로 낙타를 들여옵니다.

 

처음에는 이 낙타를 아주 잘 이용을 했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주에 도로망이 아주 잘 만들어져요. 철도도 만들어지구요. 그럼 이제 낙타가 필요가 없죠. 그래서 사람들이 낙타를 그냥 사막에 버려버립니다. 그런데, 이 낙타가 버려져서 그냥 적당히 살질 않았아요.

 

버려진 낙타들은 사람들이 잘 살지 않는 호주의 오지, 그러니까 사막 한복판으로 갑니다. 거기서 아주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을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호주가 야생 낙타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겁니다. 최대 100만 마리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끝나질 않습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낙타가 너무 많다는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한거죠. 낙타 무리는 물을 찾는 데 아주 귀재에요. 몇 km 바깥에서도 물 냄새를 맡는다고 하구요, 또 마시는 양도 많아서, 한 마리가 3분만에 180l를 마신다고까지 합니다. 거기다가 배설물도 상당히 많이 남겨서, 사막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대단한 골칫거리가 되어 버린거죠.

 

그런데 여기서 호주 정부가 취한 입장이 아주 충격적입니다. 이 낙타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 죽여버리기로 합니다. 헬기를 타고, 낙타 무리한테 접근해서, 총을 쏘고, 방치하는 거죠. 2013년 말까지 이 사업이 계속됐고, 사살한 낙타는 16만마리 정도입니다.

 

인간의 손에 의해서 낙타가 처음 도입이 됐고요, 필요에 의해 버려졌습니다. 낙타는 생존력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간의 손에 의해 낙타가 대규모로 죽고 있습니다.

 

#3. 토끼

 

낙타 이야기도 여기까지 접어 두고, 새로운 사례 하나를 더 이야기해 드릴게요. 이것도 호주 이야기입니다.

1859년에 호주에 사는 어떤 영국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취미가 여우사냥이었어요. 그런데 여우를 잡기 위해 미끼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토끼 열 두마리를 호주로 수입합니다. 그런데 이 토끼 중에 몇 마리가 도망친거에요. 여기서 엄청난 일이 시작됩니다.

 

이 도망친 토끼들이 대단힌 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토끼라는 종이 외래종이었기 때문에, 천적도 없었구요. 엄청나게 번식을 하죠. 1859년에 12마리를 데려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50년도 안 된 1905년에 호주 전역에 토끼가 5억마리 정도 생겼다고 해요. 토끼 자체가 번식력이 강하기도 하고, 뭐 자연에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때문에 이렇게 늘어난거죠.

 

토끼가 이렇게 많아지니까 문제가 생기죠. 일단 호주는 낙농업 국가잖아요? 그런데 토끼가 풀을 다 뜯어먹어서, 가축을 키울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토끼를 없애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죠. 처음에는 울타리를 쳤어요.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목초지 막는 울타리 정도가 아니구요, 호주 한 쪽을 세로로 종단하는 울타리를 쳐 버립니다. 그런데 뭐 울타리 안에서 번식하고, 울타리를 넘어가고, 뭐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무용지물이 됐죠.

 

천적인 여우를 들여기도 했는데, 그냥 여우만 늘어나고 토끼는 안 줄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브라질에서 ‘다발성 점액종’이라는 병균을 들여옵니다. 이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어요. 토끼의 99.8%가 사망했습니다. 이 병으로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성공한 건 아니었어요. 살아남은 0.2%가 또 엄청나게 번식을 한 거죠. 그래서 여전히 호주에는  엄청난 수의 토끼가 남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아시겠죠? 인간이 생태계에 간섭을 하고, 그 결과로 환경이 완전히 변해버린 사건 몇 가지를 집어 왔습니다. 그 결과로 인간을 피해를 보기도 했고요.

 

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캐나다에서는 현재 자생하고 있는 잡초의 60%가 유럽인의 진출 이후로, 유럽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던 외래종이라고 하죠. 미국 역시 자생하고 있는 잡초 500종 중에서 250종, 그러니까 절반 정도가 마찬가지로 유럽인들과 함께 들어온 외래종이라고 합니다.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럽인의 발견 이후에 들어와 정착한 식물 외래종이 800종을 넘는다고 합니다. 외래종의 유입이라는 건 자연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인간의 이동과 함께 지나치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거죠.

 

산불 이야기도 해볼만 합니다. 원래 산불이라는 건 생태계를 크게 순환시켜주는 작용을 많이 했어요.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면 아래서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기 어려운데요, 이때 크게 자란 식물들을 자연스럽게 없애 주고, 새로 자라나는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주죠. 그렇게 생태계가 변화하는 건데요, 그런데 현대 인류는 산불이 나면 그냥 꺼버리죠. 그래서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산림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이 된 상황이에요.

 

또 숲이라는 것 자체의 크기도 많이 줄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인류가 불을 사용할때부터 인구와 숲의 넓이는 항상 지속적인 반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비례 관계가 조금 더 극심해진 게 근대 산업혁명 이후죠. 예를 들면 프랑스에선 제철업이 발달하면서 숲의 6분의 1이 사라졌다고 하고요. 독일과 중부유럽에서는 10세기에는 영토의 70%가 숲이었는데, 20세기에는 영토의 25%만이 숲이라고 합니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인 영국은 현재 영토의 5%만이 숲이죠. 신대륙에서도 호주에서는 20세기초에만 남동쪽에서 40만km^2의 숲이 사라졌다고 하고, 브라질 동부에서도 이 정도의 숲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현대에는 특히 제지용이나 재목용으로도 숲이 많이 사라지고 있죠. 실질적인 기후 변화도 초래가 되고 있구요.

 

그래서 최근에는 ‘인류세’라는 개념이 역사학자나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등장하고 있어요. 이 ‘지질학적 연대’라는 게 있잖아요? 뭐 가장 큰 개념은 ‘대’죠.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 하는 거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기’가 있습니다. 백악기, 쥐라기, 데본기, 뭐 이런 거요. 그리고 그것보다 아래에는 ‘세’가 있습니다. 홍적세, 홀로세, 뭐 이런 거죠. 우리가 지금 사는 시기는, 지질학적으로 말하면 홀로세입니다. 그런데 지질학자들이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 거죠. 홀로세는 끝났다. 이제 ‘인류세’가 시작됐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가 지구환경을 거대하게 바꿔 놓았다는 거죠. 지질학적으로 구분해야 할 만큼이요.

 

이건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대기의 구성 성분도 상당히 바뀌었구요,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도 많이 줄었구요, 다양한 사례로 말씀드렸듯이 동물의 생활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숲도 변했구요, 핵실험으로 인해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동위원소가 대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있죠.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의 질도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토양 내 평균 질소와 인의 비율이 지난 100년 동안 두 배가 됐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지질학자들은 이제, 새로운 시기, 그러니까 인류세를 특정하는 물질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콘크리트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사용한 양의 절반 이상이 지난 20년 사이에 사용이 됐구요, 플라스틱은 1년에 3억 세제곱미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아마 지구는 수세기 안에 현재 종의 4분의 3이 멸종하는 (6번째) 대멸종을 맞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개념이 약간 의심을 받고 있어요. 인류가 아무리 그래도 지질학적으로 그렇게 거대한 영향을 미쳤을 리 없다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확신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2030년이면 아마 인류세라는 개념이 조금 더 확실해질 것으로 추측을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년 전부터 인류가 문명을 꾸리고 산업혁명을 일으킨 18세기 말까지를 홍적세라고 한다. 이 시기가 종료되고 현재까지를 인류세로 구분한다. 인류세 동안에는 인간으로 인해 동물의 멸종, 생존환경의 변화, 대기 구성의 변화, 숲의 소멸 등 수많은 환경적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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